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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인물 관계도

 

 

 

줄거리 / 요약본

 

 

 

분꽃이 피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뭐요?”

“아니, 나야말로 뭐요 기껏 도와줬더니.”

“누가, 내가? 내가 언제 그쪽보고 날 도우랬소?”

“에? 아니. 그럼 뭐 받아주기로 맡아놓은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우, ...운도 좋으시구먼?”

“예? 운이 좋다구요? 낭자가 아니라 내가 운이 좋다고?”

“초면에 나랑 이리 길게 말도 섞고, 운이 좋아, 운이. 여튼 어디서 굴러온 도령인줄은 모르겠으나 가던 길로 다시 굴러가시오.

  도련님 운은 이것으로 끝이니. ”

“아니 그래도 적어도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야 될, 그, 그 말을 하고 있는데 가?”

 


 

 

사실 길채는 연준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연준은 은애는 자신뿐이라며 길채에게 선을 긋고 마는데.

그런 연준과 절친인 은애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길채. 결국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리고 만다.

 

 

 

 

“음? 옳거니 저기 가는구먼 내 가서 따져야겠다. 아니 근데, 왜 저리 맥이 풀렸어? 그렇게 승질 부릴땐 언제고.”

“그러게요? 어디가서 뺨이라도 맞고 울고 싶은 얼굴인데.”

“음?”

“아닌가? 누구 뺨이라도 때려서 울고 싶은 얼굴인가?”

“뭔 소리니 그게. 뭔소리야, 뭔소리야!”

 


 

“그, 이 마을에 사는 그 낭자 말이지”

“아, 능군리 사는 낭자가 한둘입니까?”

“아, 있잖소. 자기가 무척이나 예쁜 줄 알고 잘난 척하는.”

“아, 길채 애기씨?”

“딱 나오는구먼? 헌데, 기,길채?”

“예, 유길채. 유교연 나리 따님. 그, 사내 여럿 울렸지, 아마. 어, 도련님도?”

“아하. 이 사람아. '아하' 는 무슨 '아하' ”

“길채 애기씨한테 홀딱했어. 해서, 우리 장현 도련님도 별수 없지메야. 헤헤”

“왜 웃나? 왜 그리 웃어? 어? 뭐가 별 수 없어 이 사람아!!!”

 

 


 

 

 

“야 너 그 바느질 그만하고 나 서원 들어간 일이나 어찌 됐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받아주기 싫다는 데를 굳이 기를 쓰고 들어가야겠소? 그 답안지도 백지로 내놓고는 참 염치도 없네.”

“서원에도 못들어가는 주인 창피하다며! 그 길채인지 뭔지 꼬리 아흔 아홉개가 하는 말 못 들었느냐? 나보고 굴러왔다잖아.

  어서 다른 데로 굴러가라잖아. 내 보란듯이 이 마을에 뿌리를 내려야겠다.”

 

 


 

 

 

 

“쌀이 넘쳐 주체를 못하겠는가? 하면 뭐 그 쌀을 버릴수도 없고.. 어쩔수가 없지? 우리라도 받아야겠지?”

“참으로 잘 생각하셨습니다.”

“한데. 왜 기를 쓰고 우리 서원에 들어오려는겐가? 과거에 급제하고 싶으면 더 명망 높은 서원도 많거늘.”

“저는 과거엔 뜻이 없습니다. 헌데,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뭐? 또 청이 있어? 내 뭐랬는가. 이 자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 했지!”

“송추 할배를 아시지요. 섣달이 되면 송추 할배가 혼인한 지 꼭 예순 해랍니다. 해서 제가 회혼례를 치뤄주고 싶은데.”

 이 서 원 땅을 맡아 농사짓는 노인이니 이곳 서원에서 회혼례를 올려도 될는지요.”

 아아, 물론 그 회혼례라는 것이 이 양반들이나 하는 것이니 송추 할배에겐 가당치도 않겠으나,”

“송추 할배가 혼인한지가 벌써 예순 해가 되었소?”

“연상 연하라지?”

“이랑 할멈이 나이가 더 많단 말인가? 동안이군.”

“그 소문 들었는가. 그 내외는 요즘도 밤에.”

“예끼, 이 사람.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참말인가? 오...”

“헌데, 회혼례를 왜 자네가 치르는가. 우리 서원 점사를 맡아 보는 송추 할배 회혼례니 우리가 치뤄야지.”

  회혼례는 사족이 올리는 것이긴 하나 본시 예는 정에서 나온다 했어.”

 

 


 

 

 

예는 정에서 나온다. 이 마을에서 참으로 죽향이 나는 것 같지 않느냐.

 

 


 

 

 

“에구머니나! 혹시 나를 기다렸소?”

“응? 아니 난 저기 서원에서 일을 보고,”

“아유, 우리 이러지 맙시다. 내 이 길로 지나는건 어찌 알고.”

“이보시오. 거 듣자 듣자 하고 보자 보자 하... 나는, 낭자를 기다린것이 아니라 내 갈 길을 가는 중이었소.

  내가 가던 길을 앞만 보고 뚜벅 뚜벅.”

“그렇겠지. 다들 말은 그리합니다. 원, 어디서 천 년 전 바보 온달이 평강 공주를 꼬실 때나 쓸법한 뻔한 수작을.

  아무튼, 난 길이 바빠서.”

“바, 바보 온달? 수작? 어, 어이없어. 그, 종일 어이가 없구나, 어이가 없어!!”

 

 


 

 

 

 

 

이보시오? 나는 절대로 그대를 여기서 기다린 것이 아니니 오해일랑... 아니지. 송추 할배네 집인데? 나를 기다렸소?

혹 나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내 기회를 드리리다. 날 좀 도와주시오.

내 도움 맡아놨소? 내가 왜 낭자를 도와줍니까?

그야 그리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우리 마을 서원 스승님이 내 아버지시니까요?

하지만 난 이미 서원에 들어가기로 예정된 몸이오.

아. 재물을 대고 들어가기로 했다죠? 그건 압니다만 이번에 날 도와주시면 나도 도련님을 도와드리죠.

  (이쪽으로, 가까이.) 다음번 서원 시험 시제를 몰래 훔쳐 보여 드리죠.

어험. 참으로 다음번 서원 시험 시제를 내게 몰래 보여 주시겠소?

그렇다니까요? 지난 번 서당 시험 때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면서요? 그러니 사람들이 도련님 보고 가짜 양반 아니냐고 쑥덕거리죠.

근데 그 대가로 나한테 무슨 도움을 받고 싶으시오?

전 이곳 능군리에서 나고 자랐지만 사실 이런 곳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제겐 더 화려하고 근사한 곳이 어울리죠.

  이를테면, 한양이 랄까? 해서, 한양 생활에 대해 궁금합니다. 한양 사람들은 어떤 대화를 하고 무슨 옷을 입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을 멋스럽게 느끼고 사귀고 싶어하는지 말이지요?

근데 왜 바보 온달 수작이나 부리는 나 따위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하실까?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전 도련님이 내게 흑심을 품고 접근한 것이라 여겨 경계했는데 생각해보니

  도련님은 그, 비혼인가 뭔가로 산다고 했다면서요? 그럼 되었지요. 도련님과 저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지요.

  우리는 절대 혼인 할 사이가 아니니 서로 여인과 사내가 아니지요.

  아니, 저는 여인이지만 도련님께서는 여인이 아니고, 도련님도 뭐 사내지만 제게 도련님은 사내가 아닌 것입니다.

  그냥, 어, 돌덩어리나 풀때기 같은 것이죠. 그러니 우리는 서로 거리낌없이 도움을 주고 받을 수가 있죠. 도와 주시겠지요?

 

 


 

길채의 부탁으로 한양 저잣거리에 나선 장현과 길채.

버선 파는 상점도 가보고, 한양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책을 파는 상점도 가는데 그곳에서 뜻밖의 물건이 길채에게 건네진다.

그것은 바로 사내의 의복. 장현이 길채를 데리고 갈 곳은 여인네들이 출입을 못하는 기방이었다.

장현의 도움으로 남장을 한 길채는 장현을 따라 기방에 들어서는데

그곳에서 명창 량음의 노랫가락에 감명받아 눈물까지 글썽인다.

그런 길채를 말없이 바라보는 장현.

늦은 밤 능군리로 돌아가는 나룻배를 탄 길채와 장현은 노를 저어 강을 건너게 되고,

 

 

 

 

“헌데 무슨 꿈이오?”

“예?”

“가끔 진짜처럼 생생한 꿈을 꾼다하지 않았소?”

“아, 그게.. 아닙니다.”

“뭐야.”

“역시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군. 나랑 이렇게 단 둘이 있는데도 볼이 붉어지거나 말을 더듬지 않아. 비혼인가 뭔가로 살려는 이유가 사내 구실을 못해서라더니.”

“뭐?”

“아, 아니오? 그럴리가 없는데?”

“(장현의 웃음)”

“아 뭐가 그리 웃깁니까? ”

“아, 어.. 아니오 낭자. 그만 가지. 낭자. 여태껏 낭자가 만난 사내들은 평생 서원에서 공부만 한 소심하고 물정 모르는 어린 유생들이었겠지. 그래서 낭자 눈길 한 번에 어쩔 줄 몰라 했을게야. 하지만 낭자, 난 그들과 달라요. 뭐, 곧 알게 되겠지. ”

 

 


 

 

 

 

 

“왜, 내가 갑자기 풀떼기나 돌덩어리가 아니고 사람으로 보이오? 자, 받으시오.”

“이 옷은 언제 돌려 드립니까?”

“나는 내일 홍시와 바꿀 쌀을 가지러 떠납니다. 몇 달쯤 걸릴게요. ”

“그럼 내일 옷도 돌려드릴 겸, 제가 내일 배웅을 하죠. ”

“그거 좋군.”

 

 


 

 

장현은 떠날 채비를 하여 길채를 기다리지만 길채는 마님 사랑채에 든 연준 도령을 만나러 가게되고,

장현에게 줄 옷은 종종이를 통해 보내게 된다. 말은 없지만 서운한 표정이 가득한 장현.

한편 송추할배의 회혼례 준비에 한창인 능군리 마을.

전도 부치고, 콩나물도 다듬이며 잔치 음식에 한창인데 약속한 쌀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나타난 장현.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능군리에 들어서고 자신이 주최한 송추 할배의 회혼례에 참석한다.

모두 행복한 표정, 그 속에서 웃지 않는자는 없었다. 있다면 장현을 짝(?)사랑 하는 량음 정도?

량음은 이미 장현과 길채의 눈길을 가만히 바라보며 체념한 듯 싶다.

그리고 이어진 잘못 된 만남, 길채와 연준도령.

길채는 연준 도령을 마음 깊이 은애 하는 듯 보였으나, 연준 도령의 그 마음은 은애에게 향하고 있었다.

모략을 꾀내는 길채, 종종이에게 자신이 쓰러졌다고 연준 도령에게 이르게 해 방앗간(?)에 스스로 초대한 길채.

하지만 연준은 그런 길채를 뿌리친 채 자신의 확고한 마음을 다지며 길채에게 단언한다.

은애에겐 자신 뿐이라며 길채를 뿌리치고 방앗간에서 퇴장하는 연준..(땡큐)

그러나 그들의 대화를 모두 엿들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장현이었다.

은애는 길채가 쓰러졌단 소식에 바로 길채를 찾아 나서지만 찾기가 쉽지 않고, 그런 길채를 숨겨주는 장현.

하마터면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절친이었던 은애에게 들킬뻔 하였지만 장현의 도움으로 그런 화는 면할 수 있었다.

 

 

 

 

 

 

“내 천년 놀림거리에서 구해드린겝니다.”

“하, 엿들었소?”

“엿듣다니? 그, 요란한 사랑 고백이 무슨 수로 안 들립니까?”

“이런 무례한!”

“친구의 친구를 연모했네 뭐, 그런 것인가? 내 저자에서 들은 통속극 내용과 비슷합디다. 일종의 만남이되, 해서는 안 될 잘못된 만남. 뭐, 그런것이겠지. 그 통속극 내용이 뭔고하니, 나는 너를 믿었던만큼 내 친구도 믿었기에 널 아무런 부담없이 내 친구에게 소개시켜 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로부터 우리는 함께 자주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뿐인데. 그 연준 도령을 좋아했소? 아 그때 그 그네터에서 기다렸던 사내가 연준 도령이었소? 어허, 내 능군리에 꼬리 아흔아홉 개 달린 요물이 있다 하여 기대를 했건만 남자 마음 하나를 못 잡아서야. ”

“말 다 했소?”

“무슨 말? 아, 요물?! 꼬리 아흔아홉 개? 그, 말이야 내 관두껑 닫히기 전까지 주절댈 수 있소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건 아니고 아무리 봐도 연준 도령과는 가망이 없는 것 같으니”

“그 입 다무시오.”

“헛 된 희망 품지 말고 ”

“다물라 하였을텐데? ”

“나한테 오시오.”

“내게 청혼하시는겁니까?”

“청혼이라니? 당치도 않소 그 알지 않습니까? 난 아니할 비, 혼인할 혼 하여,”

“아하, 비혼?”

“정혼 따위를 하여 우리 마음 속 낭만을 갉아먹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남녀의 죽고 못 사는 정 또한 몇 번 즐기다 보면 시들해지거늘. 해서 내 말은, 혼인이니 뭐니 그런 거추장스러운 건 다 던져 버리고 우리 한 번 뜨겁게,”

“뜨겁게?”

“운우지정이라도 나눠 보는 것이 어떨까 싶은게지요. 아아아아, 나 이런 말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오. 다른 여인들하곤 이런 대화가 통하질 않아. 한데 낭자는 배짱도 두둑한것이, 나랑 대화가 통할 것 같거든. ”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구만? 나한테 반하시었소? 뭐, 사내라면 나를 보고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 번 본 순간 숨이 막히고 두 번 보면 마음이 간절해지고 세 번 보면 끝내는 상사병에 걸려 아이처럼 울며 불며 부모님께 매달리지요. 그게 바로 이 마을 사내들이 한 번 씩 끓는 정체 모를 병의 실체로 다 나에게 반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헌데, 그거 아십니까? 나는 그대가 아주 싫소.”

“내가 싫다? 그것도 아주?”

“예, 싫습니다. 듣자하니 그간 여러 여자들 웃겼다 울렸다 해 가며 흥청망청해 온 모양인데 나한테는 안통하니 며칠 더 놀다 다른데로 굴러 가시오. 마을 물 흐리지 말고. ”

“도대체 왜 나는 안 된다는겁니까? ”

“궁금하십니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오랑캐놈들이랑 말 섞으며 도리를 갖추지 못하고 감언이설로 어르신들을 호도하여 그 속을 들었다 놨다 쥐새끼처럼 숨어서 남의 얘기나 엿듣고 감히 외간 여자의 손목을 잡아채 예의도 없이 지분거리는가 하면 여인들의 마음을 훔치곤 되먹지 않게 뒤꽁무니나 빼면서 비열하게 뭐, 비혼? 비호온? 그리고 무엇보다 그 조잔한 면상이 싫소. 못생겼어.”

 

 


 

 

 

 

 

“쟤들, 나를 놓고 또 뒷소리들을 하는 모양이지. 이번엔 뭐라고 하던가요?”

“낭자가 필시 성종조에 교형 당한 어우동 꼴이 나고 말 것이다. 그리 말합디다. 나쁜 사람들 진짜. ”

“차라리 어우동처럼 내 마음도 여러 길이면 좋겠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변치 않은 사람에게 변치않을 마음을 주는 것뿐인데.

“연준 도령이 변치 않을 사람이라는 거요?”

“예. 연준 도련님은 한결같은 분이죠. 사내들이란 본시 지조도 절개도 없는 자들이라 그저 더 예쁜 꽃을 찾아 매양 눈이 돌아가지만 연준 도련님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난 그저 연모하는 이와 더불어 봄에는 꽃구경하고 여름엔 냇물에 발 담그고 가을에 담근 머루주를 겨울에 꺼내 마시면서 함께 늙어가길 바랄뿐인데. ”

“그리 살고 싶습니까?”

 

 


 

 

 

 

혼례날 눈이 오면 백년해로 한다지요. 두 어르신 모두 만수무강 하십시오.

 

 

 

 

 

 

오랑캐가 쳐들어왔소! 오랑캐가 임금님을 가두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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